여성 주인공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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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와 나: 힘 센 여자

신한슬

성취주의적인 세상은 뭘 해도 목표를 요구한다. 요즘 운동을 한다고 말했을 때도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식스팩 만들 거야?” “몇 kg 뺄 거야?” 나에게 운동은 집안일과 같다. 집안일에는 목표가 없다. 나는 다이어트를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고, 보디빌딩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일상을 조금 더 활력있게 유지하려는 갈망에서 운동을 한다. 가급적 정돈된 집을 유지하려 애쓰는 사람처럼. 애석하게도 이런 경우, 집안일과 마찬가지로, 운동의 효과는 주로 운동의 부재로 증명된다. 너무 바쁘거나 아파서 1주일 이상 운동을 하지 못하면 그제서야 꾸준한 운동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눈에 보이는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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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파이널 시즌에 화가 나는 이유

이그리트

!주의! 이 글에는 <왕좌의 게임> 파이널 시즌인 시즌 8을 포함해, 시즌 1~7의 핵심 줄거리가 누설되어 있습니다. <왕좌의 게임>을 끝까지 정주행하신 후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거의 10년이다. <왕좌의 게임>이라는 드라마가 하나의 신드롬으로 자리잡아 수많은 사람들을 '입덕'시킨 시간이. <왕좌의 게임> 시즌 1의 첫 에피소드가 방영된 날짜가 2011년 4월 17일(미국 기준)이다. 2019년 5월 19일(미국 기준), 시리즈의 파이널 에피소드가 방영됐다. 대단원의 막이 내렸는데 팬덤의 분위기는 영 좋지 못하다. 사실 영 좋지 못한 수준이 아니다.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즌 재제작 청원 은 2019년 5월 27일 기준으로 서명인 15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시즌 7, 8에 분노를 표하는 팬들이 많다. 9년 동안 열렬히...

TV 언박싱 14. <신입사관 구해령>, 가장 거짓되고 가장 진실된

이자연

영화 <콜레트>는 인물의 정체성과 ‘이름’이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남편을 대신 해서 글을 쓰던 콜레트가 남편의 이름을 지워버리고 자신의 이름을 적어버렸을 때 그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타인과 확실히 구별되는 자기정체성을 느끼면서,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확신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이름을 확인하고, 부르고, 또 그에 대답하는 과정은 결국 그 사람의 존재를 인식하는 일이 된다. 얼마 전 종영한 MBC <신입사관 구해령>은 노처녀인 채 사관이 되어버린, 조선시대 가부장사회에서 쓸모를 전혀 찾을 수 없는 ‘구해령’의 이야기이다. 평소에 서책을 좋아하지만 연애 소설은 소...

여자가 만든 여자 시즌 2 2. 사람을 넘어 가장 사람다운 : 달래

꽈리

젤리빈 작가의 <묘진전>은 동양 판타지물을 한국적인 이야기로 정의할 때,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다. 볼펜선이 두드러졌던 아마추어 연재 시절과는 달리 수묵화의 단정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디지털 작업으로 탁월하게 옮겨온 프로 데뷔 후의 작풍은 작품의 시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져 또다른 여운을 깊이 자아낸다. <묘진전>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다음 웹툰에서 연재되어 완결되었다. 줄거리 하늘에서 신으로 살다 떨어진 묘진은 덕업을 쌓으면 다시 하늘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만 신경을 쓰며 살생을 하지 않으려 애쓴다. 덕업을 쌓기 위해 눈을 훔친 각시손님의 아기를 아들 삼아 키우기도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여자가 만든 여자 시즌 2 5. 서로가 서로 뿐인 : 아율라, 코레드

꽈리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는 한국에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나이지리아의 여성 작가로, 편집자로 일하다가 작가가 되었다. 주로 시와 소설을 쓰는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는 2014년에는 시로 ‘에코 포에트리 슬램’ 경연에서 수상하고, 2016년에는 영연방 단편소설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18년 발표된 <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는 작가의 데뷔작으로 영국과 미국의 거대 출판사와 계약되었고 영화화까지 예정되어 있다. 한국에는 2019년 천문장에서 출간되었다. 줄거리 간호사로 일하는 코레드는 저녁 식사 직전 동생 아율라의 전화를 받는다.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인 페미를 죽였다는 전화다. 코레드는 당황하거나 겁에 질리기보...

여자가 만든 여자 시즌 2 4. 침묵의 실수 : 줄리엣 커티스

꽈리

줄거리 아이를 갖기로 한 레즈비언 커플 줄리엣과 로지는 두 여성 사이의 첫번째 인공수정 임상시도에 지원한다. 면접과 여러 검사를 거쳐 대상자로 선정된 줄스와 로지는 세간의 이목과 반대 여론을 의식해 자신들의 신분을 숨기려 한다. 그러나 비밀이 누설되고 줄스와 임신한 로지는 연일 반대론자와 기자들의 포화 세례를 받으며 힘겨운 임신 기간을 보낸다.  기자인 줄스는 언론과 미디어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버티기라는 전략을 고수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그칠 줄 모른다. 로지의 임신을 확인하고 느꼈던 흥분이 가라앉자 줄스는 자신이 사실은 아이를 원하지 않고, 할 수만 있다면 임신을 무르고 싶다는 감정을 깨닫고 혼란스러워 한다. 설상가상으로 줄스와 로지 외에 유일하게 임신에 성공한 커플이 유산하고, 줄스의 동의 없이 진행한 아버지의 인터뷰가 기사로 나가면서 줄스와 로지의 사이마저 벌어지기 시작한다. 영국 햄프셔 출신 앤젤라 채드윅의 데뷔작 <XX - 남자 없는 출생>은 난자만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된 세상이 그 첫번째 임상 시도자들을 두고 격동하는 한 시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자 출신인 작가 앤젤라 채드윅은 주인공인 줄리엣을 그처럼 기자로 설정함으로써 여자와 여자 사이에서 태어날 아기를 대하는 언론과 미디어의 반응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작가는 <XX> 창작 노트에서 이 책의 핵심 아이디어는 고등학교 생물학 수업을 받을 때 생겼다고 밝히면서, 당시와 현재의 미디어를 되돌아보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변화했는지 (혹은 변화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여자가 만든 여자 시즌 2 3. 머물 자리를 찾아서 : 나

꽈리

줌파 라히리에게 이름 외의 다른 수식어가 필요할까. 영국 런던의 뱅골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하여 로드아일랜드에서 성장한 줌파 라히리는 미국의 이민자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작가는 <축복받은 집>으로 오헨리문학상, 펜/헤밍웨이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각종 문학상과 베스트셀러 기록을 휩쓸었다. <내가 있는 곳>은 줌파 라히리가 산문집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책이 입은 옷>에 이어 처음으로 이탈리아어로 쓴 소설로 한국에는 2019년 마음산책에서 출간되었다. 줄거리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는 외롭지만 독립적인 사람이다. ‘나’는 줄곧 살아온 도시를 산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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